사울의 죽음과 다윗의 즉위에 관한 이야기가 사무엘하 1~5장과 역대상 10~14장에 겹쳐서 나옵니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비슷하지만, 약간의 디테일에서는 차이가 있기도 합니다. 역대상에서는 다윗이 이스라엘 전체를 아우르는 왕으로 바로 세워진 것 처럼 나와있는데, 사무엘하에서는 몇 년 동안은 약간의 내전 상태에 있었던 것을 알려줍니다. 이밖에도 대체로 사무엘 상하, 열왕기 상하에는 북이스라엘 쪽 지파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다윗 왕에 대해서도 약간 비판적인 지지의 모습을 보입니다. 반면, 역대상하에서는 다윗에 관해 좀 불편한 이야기들은 생략하고 다 넘어갑니다. 


역사자료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역대상하는 요즘 말로 약간의 '국뽕'이 느껴지도록 정교하게 여러 자료들을 정리하고 편집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역대상하는 왕들의 이야기 반에다가 언약궤/성전의 이야기가 나머지 반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뒷부분의 이야기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스라엘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때 율법과 성전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사무엘/열왕기는 백성들이나 지도자들이 율법에 대한 태도를 어떻게 가졌던가 하는데에 촛점을 두고 있는데 반해, 역대상하는 성전을 둘러싼 이야기가 중요한 줄기가 됩니다. 하나님의 백성이라던 이스라엘/유다가 왜 결국 완전히 패망하였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역사적 해석에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이죠. 


그러나 이런 차이는 서로 보완하는 관점을 제공해 줍니다. 유대인의 정체성을 생각할 때, 각종 율법을 성실히 준수하고 성전에 정기적으로 가서 제사를 드리는 것, 이 두 가지가 핵심적인 사항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신약시대를 열어 가실 때, 예수님은 바로 이 율법과 성전/제사에 대한 완전하고 새로운 해석을 몸으로 보여주시게 됩니다. 지난 월요일 있었던 줌미팅에서 이동형목사님께서도 잠깐 언급해 주셨지만, 구약의 여러 인물들은 계속해서 실패하고 불완전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기독교에서 바라보는 구약의 모습은 계속된 실패의 연속 가운데서도 성실하게 '빌드업'되는 하나님의 구원 역사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약시대에 마침내 예수님이 율법을 '완성하러' 오셨다고 선언하셨을 때나, 제자들이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이 예수님 전후의 모든 (성전)제사를 폐기하고 완전한 제물이 되셨다고 선포하였을 때, 골수 유대인들이 느꼈을 당혹감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예수님이 승천하시고 오래지 않아 성전은 완전히 파괴됩니다) 이런 유대인들의 정체성은 자신들의 역사를 돌아보며 정립되어 갔을텐데, 사무엘/열왕기와 역대상하를 비교해 보면서 어떻게 유대인들이 자기네 역사를 해석해 내었는지 들여다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읽기가 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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