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궤/법궤를 다윗성으로 옮기는 이야기가 사무엘하 6장과 역대상 13,15,16장에 걸쳐 나옵니다. 기본적인 줄거리는 같은데, 디테일에서 흥미로운 차이점들이 있습니다. 사무엘하에서는 다윗이 왜 법궤를 다윗성으로 옮기려고 했는지 이유는 생략되어 있습니다. 사무엘하에 나온 문장만 보면 마치 다윗이 대군을 끌고가서 '법궤 내놔' 하면서 가져가려다가 문제가 생겨서 좀 지체되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다윗성에 마침내 입성할 때에도 사울의 딸 미갈이 다윗이 경박스럽게 춤추면서 들어왔다고 빈정거린 일화가 좀 더 자세히 나옵니다. 한때는 다윗을 사랑해서 자기 아버지까지 속였던 미갈이었는데, 이제는 다윗과 쓴 말들을 서로 주고 받는 모습으로 나옵니다.
역대상에서는 다윗이 왜 법궤를 가지고 오려했는지 설명이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사울 때 제대로 관리(?)를 못했던 잘못을 더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좀더 깊게는 다윗성(예루살렘)을 정치와 종교의 통합적인 중심지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결정은 온 백성들의 지지를 통해 내려졌다는 언급도 있고, 법궤를 가져오는 과정도 좀 더 치밀합니다. 무엇보다도 첫번째 시도의 실패를 교훈삼아, 원래부터 성막과 법궤를 다루는 레위인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이 프로젝트를 정확한 규례에 맞춰 수행하게 됩니다. 전에 이야기했던 시편 삼인조(헤만, 아삽, 에단/여두둔)와 그들을 보좌한 14인조 밴드에 대한 언급도 나오고, 레위인들이 사후관리도 확실히 하게 되었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한편, 미갈에 대한 얘기는 딱 한 줄 나오고, 그에 대한 다윗의 쌀쌀한 비아냥은 생략되었으며, 미갈의 후속 이야기에는 관심조차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차이점들에도 불구하고, 둘 다 이 이야기 직후, 법궤가 다윗성에 안착한 후에 정말 중요한 기사를 거의 똑같이 전달하는데 그것은 하나님께서 다윗에게 영원한 왕조를 약속하신 이야기입니다. 다윗이 하나님께 거처를 마련해 주고 싶다는 서원을 하자 하나님께서는 '넌 됐고... 오히려 내가 너의 집안을 세워주겠다'라는 [무조건적인] 약속을 해 주시는 것입니다. (대상 17:9-14) 물론 구약시대의 사람들은 다윗을 이어 성전을 세운 솔로몬을 떠올렸겠지만, 신약시대를 사는 우리들은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그 '아들'과 영원한 왕국이 무엇을 뜻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이 약속은 요한계시록 21장에 나오는 새 하늘과 새 땅, 새 예루살렘의 백성들에게 '나는 그의 하나님이 되고, 그는 내 자녀가 될 것이다'(계21:7)라는 약속으로 이어집니다. 다윗에게만 주는 약속이 아니라 다윗을 통해 믿음의 백성이 된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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